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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의 이색 축제 및 공휴일

볼리비아 – 해골의 날 (Dia de las Ñatitas), 죽음을 기리는 따뜻한 방식

by omoney 2025. 4. 11.

볼리비아 해골의 날

1. 죽음을 기리는 독특한 문화, 해골의 날이란?

볼리비아의 해골의 날(Día de las Ñatitas) 은 매년 11월 초, 주로 죽은 자의 날(Día de los Muertos) 이후인 8일에 열리는 독특한 축제로, 사람들은 실제 인간 해골(ñatita) 을 집에서 보관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기리는 날이다. ‘Ñatita’는 볼리비아어로 ‘작은 코가 없는 해골’이라는 뜻인데, 해골들이 오랜 시간 지나면서 코 부분이 마모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해골은 익명의 시신에서 유래하기도 하고, 가족의 조상이나 친척일 수도 있다. 축제 당일이 되면 사람들은 해골을 아름답게 꾸며 꽃, 모자, 담배, 선글라스 등을 씌우고 라파스(La Paz) 시내의 묘지나 교회로 가져가 축복을 받는다. 볼리비아에서는 이 해골들이 행운, 건강, 보호, 심지어 예지력까지 가져다준다고 믿고, 일상에서도 중요한 정신적 존재로 여긴다.

 

2. 해골에 담긴 영혼, 살아 있는 자의 수호자

볼리비아인들은 **해골이 단순한 유골이 아니라 ‘영혼이 깃든 존재’**로 여긴다. 해골 하나하나에는 사연이 있으며, 그 해골은 특정한 가정이나 개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어떤 사람들은 법정에서 승소하도록 도와줬다고 말하고, 어떤 이들은 병이 나았다고 주장하며 해골의 효험을 이야기한다. 이들은 해골에 정성껏 음식을 바치고, 술과 담배를 태워주며, 꽃으로 장식한다. 또 해골에게 감사 편지를 쓰거나, 고민을 털어놓기도 한다. 마치 가족처럼 해골을 대하며, 신비로운 존재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 전통은 안데스 지역의 고대 신앙과 가톨릭이 혼합된 결과로, 죽음과 삶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은 세계관을 반영한다. 즉,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삶의 형태라는 인식이 해골의 날을 통해 드러나는 것이다.

 

3. 전통과 종교의 경계, 축복을 받는 해골들

‘해골의 날’은 그 특이성 때문에 종교계와 대중들 사이에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이 축제를 이단적이라고 보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많은 성당들이 해골을 위한 특별 미사를 열어 축복을 해주는 등, 전통과 종교가 공존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특히 라파스에 위치한 주요 묘지나 산 안드레스 대학교 앞 광장에서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해골을 들고 모여 축제를 벌인다. 음악 공연, 촛불 의식, 기도, 그리고 제물로 올리는 과자와 음료들로 분위기는 활기차고 경건하다. 이 축제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라 공동체적 신앙, 그리고 삶과 죽음의 연결 고리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 행사이다. 관람객들 역시 이 축제에서 ‘죽음’을 다시 바라보게 되고, 볼리비아 사람들의 심오한 영적 감수성과 조상을 향한 존경심을 느끼게 된다.

 

4. 살아있는 문화유산, 볼리비아의 정신적 유산

Día de las Ñatitas는 세계적으로 드문 형태의 죽음 문화이자 살아 있는 민속 신앙이다. 이 축제는 유네스코가 주목하는 무형문화유산 후보로도 거론되며, 볼리비아 문화의 독창성과 정신세계를 대변한다. 해골을 단순히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존중과 사랑의 대상으로 삼는 시각은 현대인들에게도 죽음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준다. 무엇보다 이 행사는 볼리비아 민중들의 삶의 지혜, 전통 신앙, 공동체 의식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장이 되며, 매년 더 많은 관광객과 연구자들이 이를 보기 위해 찾아온다. 지역 주민들은 이를 통해 자신들의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젊은 세대들에게도 조상과의 연결성을 교육할 수 있는 계기로 삼고 있다. 요컨대, 해골의 날은 단순한 기이한 풍습이 아니라, 죽음조차 삶의 일부로 품어내는 볼리비아만의 아름다운 철학이 담긴 축제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