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 라 토마티나(La Tomatina), 이색 토마토 축제

스페인의 ‘라 토마티나(La Tomatina)’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 축제 중 하나로, 매년 8월 마지막 수요일에 **발렌시아 지방의 작은 마을 ‘부뇰(Buñol)’**에서 열리는 토마토 던지기 전쟁이다. 이 날에는 약 2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모여 수천 톤의 잘 익은 토마토를 서로에게 던지며 놀고 웃는다. 단순히 음식으로 장난치는 축제 같지만, 실제로는 70년이 넘는 전통을 가진 문화 행사이며, 스페인 정부의 공식 지원도 받는다. 라 토마티나는 전 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잡았으며, 축제가 열리는 날 부뇰은 일시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붉은 도시가 된다. 그만큼 현지인과 외국인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며, 스페인의 열정적이고 유쾌한 문화를 상징하는 대표 축제로 꼽힌다.

 

토마토 축제의 유래 – 우연에서 시작된 전통

라 토마티나의 기원은 194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뇰에서 열리던 지역 퍼레이드 중 한 청년이 사고로 야채가 담긴 바구니를 쏟으면서 토마토가 사람들에게 던져지기 시작한 것이 축제의 시작이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다. 이 사건이 계기가 되어 다음 해에도 일부 젊은이들이 자발적으로 토마토 던지기 놀이를 반복했고, 점차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나며 전통으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당시에는 공공기물을 훼손한다는 이유로 경찰이 제지하기도 했지만, 1950년대 이후 지방 자치단체의 허가를 받아 공식 행사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1980년대에 들어와 본격적으로 관광 홍보와 축제 마케팅이 이루어지면서, 지금과 같은 대규모 국제 이벤트로 성장했다. 우연한 사건 하나가 수십 년의 역사를 거쳐 세계적인 축제로 발전한 사례로, 라 토마티나는 스페인의 자유로운 문화정신을 잘 보여주는 예다.

 

토마토 던지기 축제의 진행 방식과 규칙

라 토마티나 축제는 단순히 토마토를 던지는 행사로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안전과 질서를 위한 여러 규칙과 절차가 잘 갖추어져 있다. 오전 11시 정각, 마을 광장 한가운데에 걸린 **‘하몽(돼지 뒷다리 햄)’**에 올라가는 사람이 성공하면, 대포 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토마토 전쟁이 시작된다. 트럭 수 대가 잘 익은 토마토 수십 톤을 마을 중심가에 쏟아놓고, 참가자들은 서로에게 마구 던지며 온몸을 토마토로 뒤덮는다. 이때 던지는 토마토는 사람을 다치게 하지 않도록 꼭 손으로 으깨서 던져야 하며, 안경이나 날카로운 물건 사용은 금지되어 있다. 1시간 동안의 전투가 끝나면, 또 한 번의 대포 소리로 종료가 알림되고, 이후에는 마을 곳곳에서 물 호스로 사람들과 도로를 씻는 대청소가 이어진다. 질서와 유쾌함이 공존하는 축제라는 점이 라 토마티나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 잡은 라 토마티나의 의미

라 토마티나는 이제 단순한 스페인의 지역 축제를 넘어, 전 세계인이 함께하는 글로벌 문화 축제로 자리 잡았다. 유럽은 물론이고, 아시아, 미주, 호주에서도 수많은 관광객들이 축제를 즐기기 위해 매년 8월이면 부뇰로 몰려든다. 이들은 단순히 토마토를 던지는 재미뿐 아니라, 스페인 특유의 공동체 의식과 환대 문화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 SNS에서는 축제 사진과 영상이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LaTomatina’ 해시태그로 세계 각국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최근에는 일본, 콜롬비아, 인도 등 다른 나라에서도 라 토마티나를 모티브로 한 유사 축제가 생겨나고 있어, 토마토 던지기 문화가 국경을 넘어 확산되고 있다. 이처럼 라 토마티나는 단순한 장난이나 재미를 넘어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유쾌한 소통의 장이자 문화 교류의 플랫폼으로서 세계적인 의미를 갖는다.